아일랜드에서의 체류기간이 예정된 것보다 길어지면서, 런던에는 하루 밖에 머물지 못했다.
아쉽기보단 제대로 된 다음 런던 여행을 위한 예고편처럼 생각되었고,
짧은 시간 안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두군데를 찾았다.
첫번째 장소. 테이트 모던.
Miroslaw Balka. 거대한 컨테이너의 어둠 속을 걷게 한 설치 작업.
그리고 상설 전시들.
(이곳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지금 얘기한다면 왠지 뻔하고
재미없는 얘기들을 나열할 것만 같다.)
두번째 장소. 브릭 레인 거리에 있는 러프 트레이드 이스트 레코드 점.
런던에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 중인 예지가 추천해준 장소였다.
런던 내의 밴드 공연과 앨범 등의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멋진 장소라며.
도착하자 시간이 7시 정도였는데, 레코드 샵 내에서 밴드의 공연이 진행 중이고,
8시부터 영업을 재개한다고 했다.
레코드 샵을 나와 셔터 내린 갤러리와 옷가게를 잠시 기웃거리던 나는 '카페1001'이란 곳에 들어갔다.
어떤 곳에서도 개의치 않고 혼자 잘노는 나지만. 도저히 이곳에는
혼자 있을 수가 없어(이곳에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립다... 고향의 친구들아...)
카페 옆의 조용한 피자집으로 갔다.
피자를 먹으면서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그린다.
사내들은 죄다 머리를 기르고, 여성분들은 너무나 맛있어 보이게 담배를 핀다.
(문득 머리가 꽤 길었을 때가 그리워 진다. 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렀을 때가 그립다...이건 개뻥.)

피자집의 아가씨가 들어올 때부터 너무 친절했다.
그래서 꼭 얼굴을 그려주고 싶어졌다.

(저 눈빛을 꼭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이 좀 우락부락하게 나와서 좀 속상하다. 더 예쁜 분이셨는데.)
그리는 내내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자기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왔고, 이름은 '페뜨맀~띠아'
"오늘 당신 누드를 그리고 싶어요"라고 얘기할까 0.3초 정도 망설였다가(하하),
"언젠가 이곳에 와서 일러스트레이션 일을 할테니까, 그때 볼수있음 다시 뵈요~"라고 하고 가게를 나왔다.
(한국에 돌아와 예지에게 들어보니 이 피자집이 저녁식사 시간에는 줄서서 먹을 정도의 맛집이었단다...)
피자집을 나와 다시 찾아간 러프 레코드.
위의 친구들을 업어왔다.
일러스트레이션과 시 한편씩을 엮어 놓은 작은 단행본,
뮤지션과 그들과 관련된 아트웤들을 묶어 놓은 화집,
그리고 앨범 몇 장.
(지금은 '핫 칩'의 '원 라이프 스탠드'를 미친듯이 듣고 있다.)
엠피쓰리로 한국에서 '핫 칩'의 노래를 다운 받아 들었어도 난 똫같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운받은 것과 씨디의 음원은 약간의 음질차이만 제외하면 똫같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들의 음악에 '특별하게' 귀 기울이고 있다.
이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나는 런던의 낯선 레코드 숍에 찾아갔고(1시간을 피자집에서 기다렸고),
마음에 드는 앨범을 찾기 위해 샘플을 들어봤으며, 자켓 디자인은 멋진가 고민했다.
자신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 다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아 보일지는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일꺼다.
이번 여행이 내가 세상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끼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미칠지 아직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마치 엠피쓰리를 통해 듣던 음악들처럼 책과 인터넷, 영화를 통해 다가오던 사람들과 문화를
직접 그리고, 만나면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더 큰 에너지를 얻어온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어떤 것들과도 소통하고 싶고, 소통할 수 있는 에너지.)
버스킹을 하던 할아버지 섹스폰 연주자.
그림을 건내주자 주먹을 내밀어 젊은이식? 인사를 건냈다.
내 딴에는 그림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아 부끄러웠는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엄청나게 기뻤다.
버스킹하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려주면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준다.
이제와 생각하니 할아버지한테 맥주 한잔 사면서 초상화를 그려주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다음번 여행때는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전부 그려서 작은 그림책 한권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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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하시는분들을 그린 그림책이라~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주로 여행 책들은 내가 밟은 장소성 위주인데 만난 사람들의 그림이 담긴 여행책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도 같이 했어. 글 읽으면서